망상과 현실15 마지막
“아휴, 아주 골고루 다 훔쳐봤구만 우리 신랑.
그건 실험 결과가 너무 좋아서 애들이랑 같이 좋아 죽을 뻔했던 거라고 쪽지 준 거야.
내가 간직하려고 가방에 넣어둔 건데...”
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맑게 웃으며 내 잔에 술을 채웠다.
모든 오해가 풀리는 순간이었다.
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안도감이 아닌, 정체를 알 수 없는 허탈함과 더 거대한 갈증으로 요동쳤다.
아내가 아이들에게 유린당했을 거라 믿으며 느꼈던 그 죽음 같은 쾌락.
그 전율은 아내의 해명 한마디에 사라지기엔 너무나 강렬했다.
아내는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 2층 침실로 향했다.
거실에 홀로 남은 나는 아내가 남긴 빈 잔에 묻은 입술 자국을 가만히 응시했다.
오해는 풀렸다. 하지만 내 머릿속 시나리오는 멈추지 않았다.
오히려 아내의 그 완벽한 해명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.
'아내가 덫에 빠진 게 아니라면, 내가 직접 덫을 놓으면 되겠지.'
진실이 무엇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.
아내가 스스로 타락하지 않는다면, 내가 그녀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면 그만이었다.
내 손으로 직접 짠 각본 속에서 아내가 무너지고, 비명을 지르고, 결국은 그 수치심을 즐기게 되는 과정.
그 상상만으로도 멈췄던 피가 다시 뜨겁게 요동쳤다.
내 비틀린 욕망을 해결할 방법은 오직 그뿐이었다.
나는 어둠 속에서 다시금 딱딱하게 꼴려오는 하반신을 움켜쥐었다.
아내의 해명은 끝났지만, 나의 진짜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.
내일 아침, 아내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집을 나설 것이다.
그리고 그녀가 마주할 일상 속에, 나는 그녀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정교하고 은밀한 올가미를 씌워둘 것이다.
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.
2층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평온한 숨소리가 마치 나를 유혹하는 제물의 노래처럼 느껴졌다.
나의 각본은 이미 완성되었다.
이제 무대 위로 아내를 올릴 시간이다.






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