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망상과 현실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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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연이 학교에서 돌아와 피곤한 듯 가방을 내려놓을 때면, 

내 시선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흐트러진 스커트 자락이나 살짝 구겨진 블라우스 깃에 머문다.

'오늘이었을까? 

그 교실 뒷문이 잠긴 채,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울리는 와중에...'

차가운 과학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던 바른 모습의 그녀가, 

누군가의 협박에 못 이겨 책상 위에서 숨을 죽이는 광경. 

내 머릿속 시나리오는 이미 수십 번도 더 그녀를 망가뜨렸다. 

아내의 팬티에 남은 작은 흔적 하나에도 나는 그녀가 겪었을 법한 수치스러운 상황을 덧입혔다. 

그 상상이 정점에 달할 때면, 목을 죄어오는 것 같은 죽음의 쾌락이 나를 덮쳤다.

하지만 이제는 그 시나리오도 식상해졌다. 

머릿속 상상은 결국 내 가짜 세계일 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. 

아무리 끔찍한 상황을 설정해도, 거실에서 평온하게 내일 수업 준비를 하는 서연을 보면 내 망상은 힘없이 무너졌다.

나는 더 이상 '가짜'에 만족할 수 없었다. 

내 상상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건지, 아니면 이 미친 짓을 끝내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.

그러던 어느 날, 서연의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낯선 종이 뭉치를 발견했다. 

반듯하게 접힌 종이에는 서툰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.

[선생님, 오늘 방과 후에 과학실에서 기다릴게요. 안 오시면 그때 찍은 거 다 보내 드릴께요]

순간,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. 

내 상상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일까? 

아니면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 걸까? 

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움켜쥐자, 

그토록 갈구했던 전율이 아닌,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서늘한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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