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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은 방 007 ----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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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은방 007 -----






시간은 아직 오후 3시가 좀 안되었다.


‘ 아. 시간 어중간하네…. 집에 바로 가기도 뭐하고…. 가자니 아쉽고…. ‘ 


자신의 방문을 닫고 나온 병호는 뭘 할까 생각하며 사무실 문으로 향한다. 



“ 지금 들어가세요? “ 



아름의 목소리. 아직 정리 중이었나 보다. 



“ 네. 들어가려고요 “ 


“ 네…. “ 



아름이 뭔가 머뭇거린다. 



“ …? 뭐 할 것 남았어요? 도와드릴 것이라도? “


“ 아뇨…. 그게 아니라…. “


“ 저…. 저랑 커피 한 잔 안 하실까 해서요….”



커피? 갑자기 커피를 마시자는 아름이다. 

뭔가 잠깐 의아했지만 병호는 뭐 할 일도 없으니 잘되었다 싶었다.



“ 그래요. 뭐 하실 이야기가 있으신가 봐요? 가요 그럼~ “


“ 괜히 한 부장님 시간 뺏는 건 아니죠? 괜히 저 때문에…. “


“ 아이구 아녜요 어차피 오늘은 한가하잖아요. 하하 

대신 커피는 아름 차장이 쏘는 거죠? “


“ 네. 제가 살게요~ “



아름이 짐을 챙겨 나오는 것을 보곤 병호는 앞장섰다. 




## 회사 앞 커피숍


일을 끝낸 뒤 하릴없이 있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. 

특히 오늘처럼 조기퇴근을 하는 날의 오후는 공짜로 얻은 거 같다. 

그리고 커피도 좋았다. 



“ 할 일이 많아요? “


“ 네?….? “


“ 아니요. 다들 가는데 아름 차장님은 안가니까 뭔가 남아서 그러신가 해서요. “


“ 아…. 그건 아니고요…. 정리도 해야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좀…. 있다가 가려고 그랬는데 푹 자 버렸네요…. “


“ 하하 뭐 그럴 만 하죠. 지난 3일간 서너 시간 밖에 못 주무셨잖아…. “ 



어느덧 자연스럽게 병호는 존댓말 속에 반말을 섞어 가고 있었다. 

뭐 나이는 병호가 9살 위이니 그렇게 어색할 것은 없었다. 



“ 네 좀 피곤하긴 한데 일은 땄으니 기분은 좋네요. 후훗. “ 


“ 그렇죠. 이 바닥 그 맛으로 하는 거죠…. 5개 해서 하나만 돼도 어디예요? 그쵸? “


“ 호호 네. 기분 좋아요 “


“ 아직 춥긴 하지만 햇볕 쬐면서 커피 한잔 하니까 한갓진 게 더 기분 좋네요. 하하. “



아름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. 

하지만 이내 미소가 금방 지워지는 얼굴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. 



“ 아름 차장님. “


“ 네? “ 


“ 혹시 내가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? ”


“ 네? 무슨….? “


“ 아름 차장 뭔가 고민 있는 거 같아 보여서요 “ 


“ 제가…. 그랬나요? “


“ 뭐 말을 해야 아나요…. 얼굴을 보니까 그런 느낌이라서 말해본 거예요 “ 


“ …. “ 



아름은 아무 말 없이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었다. 



“ 아 뭐 굳이 이야기 안 하셔도 괜찮아요. 괜히 제가 아름 씨 별거 아닌데 오바했…. “


“ 사실 집에 가는 게 싫어요…. “ 


“ 네? “ 



아름은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. 



“ 집에 들어가는 게 싫었어요…. “ 


“ 남. 편 때문에 ? “


“ …. 전 너무 결혼을 일찍 했나 봐요. “


“ …. “ 


“ 그 사람이 싫은 것보다도 일이 너무 좋아졌어요.

사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…. “ 


“ 한번 잃고 나니까 소중해졌나요? “



아름은 약간 놀란 듯 병호를 바라보았다.



“ 전에 아름 씨가 이야기해줬잖아요. 결혼하고 일 있고 나서 정말 싫었다고…. “ 


“ 네…. 정말 제가 점점 없어져 가는 거 같아서…. 나란 사람은 뭐였나…. 

그래서 다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일하려고 했어요. 

물론 다시 복귀하는 건 쉽지 않았죠.

아시다시피 결혼한…. 아직 애가 없는 여자는 애 생기면 그만둔다고 생각하니까요. ”


아름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. 


“ 남편은 애를 조금만 늦게 가지자고 해도 들을 생각을 안 해요.

이미 3년이면 많이 늦은 거라며…. 시댁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자꾸 물어보시고요. 

하다못해 친정에서도 제가 애를 갖지 않는 걸 시부모님께 죄송스러워하세요.

그걸 보면 친정 부모님께 죄송하지만, 저도 애만큼은 양보를 못 하겠는걸요….

다시 제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두렵고…. “ 


“ 음…음…. 저도 애가 없는 사람이니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 

애를 낳으면 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생각은 안 든다고 하더라고요…. “


아름은 약간 원망 섞인 눈으로 병호를 바라보았다.

눈에 살짝 고인 눈물이 안쓰럽다. 


“ 한 부장님은 왜 애를 안 낳으세요? “ 


“ 저. 야 안 낳고 싶으니까요. “ 


“ 한 부장님은 안 낳겠다고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. 

전 그 선택도 못 하는 사람인가요? “ 


병호는 말문이 막혔다. 

자신이야 미진도 그렇고 자신도 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 

당연히 결혼하면서 애는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. 

그런데 이것이 선택이란 것을 왜 몰랐을까….

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못한 것을 아름이 일깨워주었다. 



“ 맞네요…. 아름 씨 말…. “


“ 후훗…. 그래도 애가 없으셔서 이해해 주시는 군요…. 

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 하면 전혀 통하지 않아요. “ 


“ 그런데요. “ 


“ 네….? “


“ 그 선택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. 결혼했다면 부부가 같이 선택해야 하는데…. “ 


“ 그래서 제가 너무 일찍 결혼한 것 같다고 말씀 드린거예요…. “


“ 후우…. “ 



병호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. 

타인의 고민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지만, 그 말은 틀렸다. 

나누면 두 배가 될 뿐이다. 


아직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. 



“ 그 사람한테는 미안한 마음에 이해해 주고 싶었어요. 

남편에게 미안하고…. 시댁에 미안하고…. 친정에 미안하고…. “ 


“ 친구들 있잖아요..?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지 그랬어요? “ 


“ 후훗…. 친구요..? 제가 친구가 어딨어요… 결혼한 친구들은 전부 이해 못 하는 애 엄마라구요. “ 


“ 그 흔한 돌싱친구도 없어요? “


“ 하하하…. 그게 제가 될 거 같네요….”


“ 하하…. “ 



둘 다 쓴웃음만 지었다. 



“ 한 부장님. “ 


“ 네 말씀하세요. “


“ 전에 저한테 주신 쿠폰이요. “ 


“ 쿠폰…? 아~ 전에 회식 때…. 하하. “


“ 후후…. 그거 쓰려구요. 가끔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고 해주세요. 

수다 친구요…. “


“ 아 뭐…. 나야 괜찮아요. 근데 그런 걸로 괜찮아요? “ 


“ 그런 거라뇨…. 호호. 요즘 부장님이면 남편보다도 더 많이 보는 사람일걸요? “ 


“ 네? 아하하 그렇네요. 집에는 끽해봐야 몇 시간이나 간다고…. “


“ 그쵸. 호호…. “ 



[ 꼬르륵~ ] 


병호의 배에서 밥 달라는 소리가 나왔다. 

생각해보니 오늘은 아무것도 못 먹었다. 

아침에 자료 보내고 사우나 다녀와서 자고 지금은 오후 네 시…. 이러다간 굶어 죽겠다. 



“ 아름 씨, 배 안 고파요? 나 이제 좀 고픈 게 느껴지는데…. “


“ 맞아요. 그러고 보니 저도 좀 고파지는데요? “ 


“ 그럼 뭣 좀 먹으러 가죠.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. 하하하~ “ 


“ 호호. 네 맛있는 거 먹어요. “ 



## 카페


병호는 광고주와 미팅 때 찾던 까페로 향했다.

커피나 차 종류도 괜찮지만 ,파스타나 샌드위치 등 가벼운 식사를 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이었다. 

무엇보다 좋은 것은 안면이 있는 단골들에게만 몰래 열어주는 공간이 있어 담배를 피우기에도, 

긴 시간 동안 죽치고 있어도, 눈치 볼 필요가 없어 병호가 애용하는 까페였다.



“ 와~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? ” 


“ 여기 자주 오는 곳인데, 아름 씨랑은 안 왔었나요? “


“ 저야…. 맨날 회사 안에만 있으니 올 일 없죠…. “ 


“ 아 그랬나…. “ 



병호는 식사로 오일 파스타, 샌드위치, 간단한 피자 등을 주문했다.



“ 음료는 뭘로 할래요? “ 



병호는 드링크 메뉴를 건네며 아름에게 물었다. 



“ 음…. 여기 맥주도 있네요? “ 


“ 뭐 저녁엔 간단히들 마시니까 몇 종류 있더라고요. “ 


“ 그럼 저는 맥주 마실래요. “ 


“ 에….? 낮인데 괜찮겠어요? “ 


“ 조금 있으면 저녁인데요. 뭘…. 부장님 안 드실래요? “


“ 마시죠. 난 기네스. “ 


“ 호호. 전 코로나요. “ 



식사시간이 아닌 브레이크 타임에 주문한 음식이지만 이내 나왔고 둘은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. 

배고팠다가 먹은 탓인지 매우 맛있었다. 



“ 여기 맛있어요. “ 


“ 그렇죠..? 여기가 맛집은 아닌데 오늘따라 맛있네요. “


“ 배고팠다가 먹으니 그런가 봐요. 호호 “ 



둘은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. 


아름이 여기 오기 전 회사는 어땠는지, 일할 때 어떤 광고주가 제일 고생을 시켰다든지,

남편은 어떻게 만났으며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….

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접시를, 그리고 맥주를 비워갔다. 



“ 나, 담배 하나 필게요. “ 



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고 병호는 담배를 꺼내며 아름에게 양해를 구했다. 

여긴 아무래도 방 구조라 그래야 할 것 같았다. 

아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. 


[ 후우~ ] 


식사 후에 피우는 담배와 아침에 일어나서 피는 담배는 정말이지 최고다. 

담뱃값도 오르고 점점 피울 곳이 없어지면서 편하게 피울 곳은 어디에도 없지 싶다. 

아른거리는 담배 연기 사이로 빈 맥주병이 하나둘 늘어갔다. 


“ 아름 씨는 일 안 할 때는 뭐해요? “


“ 음…. 쇼핑 하러 가거나…. 음…. 자거나….“ 


“ 하하하. 별로 하는 거 없죠? “


“ 호호호…. 네…. “ 


“ 그럼 아름 씨에게서 일을 빼면 뭐가 남아요? “


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…. “ 


“ 아름 씨…. 난요. 일하는 게 좋다는 거. 전 별로 안 좋게 생각해요. “


“ …. “ 


“ 제일 좋아하는 게 일이었는데, 아름 씨가 지치거나 일이 싫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? 

좋아하는 게 그거 하나뿐인데 그게 싫어지면 어떻게 해요? “


“ …!? “ 


“ 그렇죠…? 아름 씨를 위한 게 일만은 아닐…. “ 



아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. 

눈물을 본 병호는 당황스러워 허둥대기 시작했다. 



“ 흑…흑…. “ 


“ 어…? 아.. 아름 씨~ 내 말이 너무 심했..나…? 진정하고….”


“ 흐아앙~!! “ 



눈물이 살짝 맺히는 정도가 아니라 닭똥같이 떨어진다는 말이 실감할 만큼 뚝뚝 떨어졌다. 

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몸을 떨면서 우는 아름이 안쓰러워 병호는 옆자리로 옮겨 달래기 시작했다. 



“ 아…. 그… 아름 씨…. “ 



아름은 갑자기 병호의 품에 머리를 들이밀더니 계속 울었고 병호는 자신에게 안긴 

아름의 등을 두드려주는 수밖에 없었다. 


울음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. 


한참을 울던 아름은 병호의 품에서 나오더니 병호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본다. 

병호는 새로 냅킨을 건네주고는 맞은편의 자리로 돌아갔다. 


한참 흔적을 정리하던 아름이 말했다. 



“ 죄송합니다. 저 때문에 난감하셨죠…. “


“ 조금…. 당황했어요…. “


“ 죄송해요…. 흑…. “ 



아름은 또 눈물을 보일 기세다. 



“ 부장님이…. 일이 싫어… 지면 어쩌냐고 물어보셨잖아요…. “


“ 네 그랬죠…. “ 


“ 사실…. 흑…. 요즘 지쳐서…. 내가 요즘 왜… 이러고 사나 싶었거든요…. “ 


“ 흠…. “ 


“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….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이야기할 곳도 없고요…. 

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회사 그만두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거든요….

하지만 지금 제가 일을 안 하면 뭐가 남겠어요…. 흑흑…. “ 


“ 아름 씨…. 진정하고…. “ 


“ 흑흑흑….” 


“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…. “


“ 흑흑…. “ 



아름은 고개를 끄덕이곤 냅킨으로 눈물을 찍어냈다. 

병호는 카운터로 가서 미리 계산을 하고 30분 정도 앉아있다가 갈 테니 그 뒤에 치워달라고 말한 뒤

이내 자리로 돌아왔다. 

자리로 돌아오자 아름의 눈은 살짝 붓기가 있었으나,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. 



“ 이제 좀 진정 되었어요? “


“ 죄송해요. 놀라셨죠…. “ 


“ 조금 놀라긴 했는데…. 다른 이유로 그래요. “


“ 네? 다른 이유라니…? “


“ 아름 씨 언제나 자기관리 잘하고 업무 철저하고…. 그랬는데 그 뒤에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서요. ”


“ 아녜요. 좀 감상적이 되었나 봐요. 부장님이 이야기 잘 들어주시고 그래서…. “ 


“ 뭐 괜찮아요.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일 텐데 같이 위로해야죠. “ 


“ 죄송하고…. 감사하고 그러네요…. “ 


“ 하하하. 죄송, 감사, 그런 거 둘 다 안 받을게요. 편하게 이야기 한 건데 부담가지지 말자구요~”


“ ….네…. “



병호는 옷을 입으며 자리를 정리했다. 



“ 그럼 나가죠. 이제 배는 안 고프죠? “


“ 네. 이것저것 많이 먹고…. 맥주를…. 어머, 제가 3병이나 먹었네요.? 부장님 하나 드실 동안… “


“ 전 원래 맥주는 좋아하지 않아요. 하하. 갑시다. “ 


“ 계산은 제가…. “ 


“ 아유 아까 커피 샀잖아요. 제가 했어요. “ 


“ 아…. 잘 먹었습니다…. “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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